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길을 잃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뼈를 둘러싼 살 속에 아픔이 가득찼다. 없어지는 모든 것들은 그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한 웅큼씩의 나를 뜯어갔다. 더보기 침묵 앞에서 나는 미로 속에 버려져 있었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아무 방향이나 걸어야 했다. 때로는 뛰었다. 하늘에 달이 떠 있었다. 달의 깃털들을 맞으면서 애써 즐거운 척 했다. 난 착각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즐거움을 만나면 나는 즐거워지지만 내가 즐거운 척 한다 해서 세상이 즐거워지는 것은 아닌데. 적절치 못한 나의 몸부림을 세상이 몰랐으면 했다. 그런데 미로가 말을 걸어왔다. "넌 길도 알 수 없는 이 곳에서 어떻게 혼자 그렇게 즐거운 척 하니?"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달에는 애당초 깃털이 없었고 미로에 갖힌 자에게 어울리는 것은 풀죽은 우울함 뿐이었다. 세상 누구도 속지 않은 거짓. 나 혼자 속고 싶었던 거짓. 나라도 속고 있다고 믿고 싶었던 거짓. 기나긴 침묵 앞에선 김광진의 편지를 부르기로 생각했었.. 더보기 강아지 이야기 강아지 두 마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서늘한 밤 노란색 가로등 아래서였다. 꼬마는 그 두 마리의 강아지를 가만히 관찰했다. 한 마리는 누런색 잡종이었고 한 마리는 데이지 색 치와와였다. 데이지는 잡종에게 계속해서 뭔가 말했다. 누런 녀석은 풀이 죽어 귀를 늘어뜨렸다. 꼬마는 데이지가 더 기가 센 짝이라고 생각했다. 누런 녀석은 가만히 풀 죽어있었다. 누렁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그러다 누렁은 슬그머니 일어났다. 그리고 떠나버렸다. 몇 번 돌아보나 싶더니 그렇게 했다. 데이지는 돌아서는 누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거리에서 누렁이 자취를 감추고 데이지는 남았다. 데이지는 슬피 울었다. 꼬마의 볼을 따라 눈물이 흘러내렸다. 더보기 너무나 많다. 너무 많아서. 한 번에 해결이 안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잊어야 할 것들, 눈치채야 할 것들, 포기해야 할 것들, 익혀야 할 것들, 삼켜야 할 것들, 외워야 할 것들, 믿지 말아야 할 것들,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들. 혼자있으면 바람직한 것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바람직하지 못하다. 편할 때. 나태함은 찾아온다. 차라리 불편할 때 나태하고 편할 때 나태하지 않는게 낫다. 그런 점에서 나는 거꾸로다. 졸립다. 더보기 불굴의 여인 에밀리 뒤 샤틀레(1706~1749)는 뛰어난 물리학자였다. 그녀는 자력으로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번역했다. 그리고 이후 스스로의 성찰로 뉴턴의 권위로 장악된 물리학을 탈피, 라이프니츠의 이론이 옮음을 증명했다. 그녀는 열정적으로 탐구했다. 그러한 영혼이 그나마 자유로울 수 있는 시기는 아직 150년을 더 기다려야 했는데도, 그녀는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학계의 인정도 받았다. 물론 충분치는 않았지만. 리제 마이트너(1878~1968)는 뛰어난 유태계 물리, 화학자였다. 수줍음이 많은 여성이었지만 그건 그녀 안에 잠재된 열정 위에 덧붙여진, 사회의 억압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녀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출발해 원자와 에너지의 관계를 더욱 선명하게 규명했고, 그 총명함을 시기한, 역시나 뛰어난 물리학자 오토한.. 더보기 still alive - 술을 마시고 고요했다. 음악으로도 망가뜨리기 싫은 고요가 있었다. 그 안에서 천천히 고요를 닮아갔다. 삶은 어떤 장소와 같은 것이었다. 그 곳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사람이었다. 이름 그대로 삶이었다. 그래서 고요 안에 머무르는 것은 삶이 아니었다. 나를 반영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세상이었다. 세상에 나보다 먼저 있었던 것이 많았다. 그렇게 세상을 반영하는 것은 소문이 아니라 나였다. 나는 배운대로 살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간다. 그 안에는 웃음도 눈물도 사랑도 있다. 모든 것은 배운 것이다. 심지어 선험적인 모든 것이 그렇다. 세상에서 배울 것은 너무나 많다. 그렇게 언젠가 삶은 끝나게 된다. 세상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그렇게 반복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은 시작될 필요도 없다. 시.. 더보기 힘들다? 허지만 더 곤란한 건 힘들다는 말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지. 더보기 사랑의 실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1. 사랑하는 대상이 명확한가. 2. 명확하다면 그 대상은 상대방인가 아니면 자신의 행위인가. 3. 상대방이라면 상대방과의 사랑이 갖는 의미는 4번의 의미에서 명확한가. 4. 사랑이란 상대방 외의 다른 요소로는 어떤 행복이 성취될 수 없고, 적어도 한동안은 그러한 행복 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주 괴로우며, 상대방도 내게 그러할 때 가능하다. 5. 사랑의 대상이 상대방이 아닌 자신의 행위에 있다면 그 사랑의 실존 여부는 불안해진다. 일방적인 자기의 행위에 대한 애착이라면, 상대방은 특정인이 아닌 '친절한 불특정 다수'가 모두 포함될 수 있으며, 그러하다면 여기서 발생하는 행복 및 쾌락은 심리적 자위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상대방의 죽음은 자위용 보조물의 상실에 지나지 않는.. 더보기 no way out 의사 흉내를 낸 악마들이 나를 침대에 묶어놓고는 링겔 바늘을 내 뺨에 꽂아넣었다. 혈액 속에 한 방울, 한 방울 녹아들어오는 액체 때문에 나는 점점 더 아파갔다. 링겔 병에 씌여진 이름은 '절망'. 더보기 빠져든다는 것 빠져든다는 것은 한없이 많은 이야기를 쏟아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갖혀 세상의 리듬을 잃어버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에 대한 감상으로 시도, 소설도 수필도 아닌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발견하게 만드는 강박적인 상황인 거야. 길을 걸으며 바람을 맞으며 여려지고 가벼워진 연기같은 마음은 자꾸만 흔들리고 감탄이 아닌 탄식 속에서 현실이 아닌 꿈 속에서 이름이 아닌 이름을 부르며 흩어질 것 같은 단어를 주워모으는 것이 눈이 멀어버린 사람과 비슷하고 헛것을 보는 환자와 비슷한거야 잠들지 못할 정도로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로 내게 중요한 것은 나를 빠져들게 만든 어떤 것 내게 잠을 잔다는 것과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너무도 소중한 일인데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