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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깊은 숲 끝없이 깊은 숲은 끝을 만들어내지 못한 신의 실수로 만들어졌고 나는 그 숲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숲은 꽃과 나무와 바람들로 가득차 있었고 빛은 알갱이처럼 굴러다녔다. 나는 끝없이 숲 안으로 빠져들어갔다. 그곳은 지독하게 아름다웠다. 70년 남짓의 세월은 내 수명의 길이와도 비슷해서 내가 숲을 걸어들어갈 수 있는 시간과 거리는 70년 즈음의 거리와 비슷할 터였다. 그리고 70년 동안 지독한 아름다움 속을 헤매던 나는 결국 힘을 잃었고 쓰러져 내렸다. 내가 쓰러진 곳에는 해골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최선을 다해 70여년을 걸어온 사람들이 모두 거기에 죽어있었다. 그 너머의 아름다움에는 사람이 닿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숲은 세상에 있을 수 없다. 신의 실수가 아니고서는. 더보기
art? 음악에는 '화음'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은 모든 것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글자와 글자가 다르다는 것을 변별할 수 있는 이유도 사람이 모든 것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A 라는 글자를 보고 B라는 글자를 보았을 때, 사람든 두번 다르게 반응했고, 이 반응은 크게 눈에 띄는 현상은 아니지만, 두 다른 반응 덕분에 A와 B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소리에도 사람은 당연히 반응한다. 그런데 본능적으로 하나의 소리를 들었을 때, 사람의 마음 속에는 '빈공간'이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빈공간을 채워줄 다른 소리는 또한 존재한다. 그 빈공간을 채워줄 다른 소리를 듣는 순간 사람은 만족감을 느끼고, 그 소리들로 인해 다시 다른 곳에 빈공간이 생긴다. 순차적으로 생기는 빈공간을 순차적으로 채워줄.. 더보기
혼란 음악을 듣거나, 어떤 퍼즐을 보거나, 길거리의 가로수 가지들을 볼 때 나는 그 모든 것이 어떤 관련을 맺고있고 그 관련성은 이해되어야한다고 느낀다. 그럴 때 나는 혼란스럽다. 이 세상에는 표면 너머에 뭔가가 분명히 있는데 나는 한참을 숙고해야하고 한참을 고민해야하는데 지금 내게는 숙고의 기회도, 고민의 여유도 없다. 나는 싸구려 전자키보드를 구입한 적 있다. 분명히 그 안에는 뭔가 있었다. 나는 인간의 이미지와 언어에 관심이 있었다. 분명히 그 안에는 뭔가 있었다. 나는 인간의 예측과 반응에 관심이 있었다. 그 안의 뭔가는 모두 연관되어있었다. 모든 것이 연관되어있으리라는 발상은 푸앵카레라는 수학자가 먼저 했다. 물론 인도철학, 동양철학은 언제나 그러한 발상의 그림자 안에 있었다. 푸앵카레의 가설은 인문.. 더보기
2006년 12월 16일의 내 일기. 꿈을 꿨다. 아름다운 사람을 기다리는 꿈이었다. 그 사람은 남자이기도 여자이기도 했다. 곧 올 것이니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하얀 나뭇잎을 만지작거리면서 기다렸다. 기다렸다. 기다렸다. 이상하리만치 그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마냥 기다렸다. 그가 볼 일은 그다지 번잡하고 오래걸리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나는 기다렸다.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나뭇잎을 바닥에 버렸다. 그리고 밟아버렸다. 그 사람이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언약을 무시한 그 사람에게 화가 났다. 나는 나뭇잎을 짓밟으며 화를 냈다. 그러다 내 스스로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화가 났다. 내가 아름답지 못해서 화가 났다. 아름다울 수 없었던.. 더보기
이상하게도 이상하게도 지나치게 아름다운 것을 보면 슬퍼진다. 좋아해야할텐데. 아니 분명 좋은데. 좋은 느낌이 지나치게 커지면 슬픔으로 변질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