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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Day

2006년 12월 16일의 내 일기.

꿈을 꿨다. 아름다운 사람을 기다리는 꿈이었다.

그 사람은 남자이기도 여자이기도 했다.

곧 올 것이니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하얀 나뭇잎을 만지작거리면서 기다렸다.

기다렸다.

기다렸다.

이상하리만치 그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마냥 기다렸다. 그가 볼 일은 그다지 번잡하고 오래걸리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나는 기다렸다.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나뭇잎을 바닥에 버렸다. 그리고 밟아버렸다. 그 사람이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언약을 무시한 그 사람에게 화가 났다. 나는 나뭇잎을 짓밟으며 화를 냈다. 그러다 내 스스로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화가 났다.

내가 아름답지 못해서 화가 났다. 아름다울 수 없었던 내가 미웠다.

 

나는 돌아섰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싸이월드 다이어리는 today's history 라고 해서
지난 해들 중 오늘과 같은 날짜의 일기를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가끔 그 버튼을 누르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나는 매일 그런 생각을 한다.
아름답지 못한 내가 밉다는. 다행히 나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미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날 무슨 꿈을 꾸었던 걸까. 어렴풋이 기억이 날 듯 한데...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름다운 사람. 되고싶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할 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여전히...멍청하다는 것은 제작년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