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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숲 끝없이 깊은 숲은 끝을 만들어내지 못한 신의 실수로 만들어졌고 나는 그 숲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숲은 꽃과 나무와 바람들로 가득차 있었고 빛은 알갱이처럼 굴러다녔다. 나는 끝없이 숲 안으로 빠져들어갔다. 그곳은 지독하게 아름다웠다. 70년 남짓의 세월은 내 수명의 길이와도 비슷해서 내가 숲을 걸어들어갈 수 있는 시간과 거리는 70년 즈음의 거리와 비슷할 터였다. 그리고 70년 동안 지독한 아름다움 속을 헤매던 나는 결국 힘을 잃었고 쓰러져 내렸다. 내가 쓰러진 곳에는 해골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최선을 다해 70여년을 걸어온 사람들이 모두 거기에 죽어있었다. 그 너머의 아름다움에는 사람이 닿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숲은 세상에 있을 수 없다. 신의 실수가 아니고서는. 더보기
궤적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경주로 소풍을 갔었어. 벌판이 있었어. 꽃이 단 한송이만 피어있더군. 어릴 적에 그래도 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지. 풍매화, 충매화...뭐 이런 것 들을 난 알고 있었어. 꽃은 떼지어 피는 법이지. 그런데 그 벌판엔 딱 한송이만 꽃이 피어있었던거야. 딱 한송이만. 어떻게. 거기에. 혼자. 아마 어떤 짐승이 꽃밭을 기어다녔겠지. 그렇게 몸에 씨앗을 붙여다녔을거야. 산책을 다니던 길목이었을 수도. 아니면 먹잇감을 쫒아가던 길이었을 수도. 반대로 쫓겨다니던 길이었을 수도 있겠지. 그러다 그 벌판에 잠깐 쪼그러 앉았던 모양이지. 그리고 씨앗은 거기에 떨어진 거야. 거긴 잔디밖에 없었지만 그 한 가운데 혼자서 꽃이 하나 핀 거지. 사람들은 행성의 궤적을 곡선으로 표현하지. 그러나 신은. 짐승..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