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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숲

끝없이 깊은 숲은
끝을 만들어내지 못한
신의 실수로 만들어졌고
나는 그 숲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숲은 꽃과 나무와 바람들로 가득차 있었고
빛은 알갱이처럼 굴러다녔다.
나는 끝없이 숲 안으로
빠져들어갔다. 그곳은
지독하게 아름다웠다.

70년 남짓의 세월은 내 수명의 길이와도 비슷해서
내가 숲을 걸어들어갈 수 있는 시간과 거리는
70년 즈음의 거리와 비슷할 터였다.
그리고 70년 동안 지독한 아름다움 속을 헤매던 나는
결국 힘을 잃었고 쓰러져 내렸다.

내가 쓰러진 곳에는
해골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최선을 다해 70여년을 걸어온 사람들이
모두 거기에 죽어있었다.
그 너머의 아름다움에는
사람이 닿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숲은
세상에 있을 수 없다.
신의 실수가 아니고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