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힘들다. 에그그 복잡한 관계가 얽힌 정글 속에 나는 불확실한 사랑을 발견했다. 나는 그 사람의 여린 모습이 좋았다. 잘 다치고, 잘 울고, 잘 웃는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는 잠들고 먼 곳에서 수화기를 들고 갸웃거리다 나도 잠든다. 그런 여러가지가 좋았다. 최근의 내 삶은 메마른 것은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질주도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찰랑거리듯 분주하게 사람들이 오가는 나의 내면은 오랫만에 풍요로웠다. 그 안에 그녀가 쉬면 될 거 같았다. 나는 부자가 아니었지만 아니 가난했지만 아마도 그녀가 내게 원했던 것은 안식처였다. 나는 노래불러줄 수 있고 그녀가 듣기좋은 이야기들을 조금 갖고있었다. 그렇게 그냥 될 줄 알았다. 그렇게 내게 오는 동안 관계의 나뭇가지들은 헝클어지고 가지에 할퀴어진 그녀는 조금 지.. 더보기 And she. 한 여자가 나타났다. 상처가 많았고, 상처만큼 예민했다. 나는 굳건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사람은 천천히 내 마음을 움직여갔고 나는 싫지 않았던 것인지. 그녀의 걸음에 내 걸음을 맞춰갔다. 나는 적응해야한다. 그녀의 상처와 그녀의 예민함과 우리를 둘러싼 복잡한 관계와 나를 두려워하는 그녀 그녀를 두려워하는 나 내 목소리를 좋아하는 그녀 그녀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나 몸이 약한 그녀와 그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 아껴주겠다는 나의 말은 그녀를 위한 말이자 내게 각인시키는 맹세여야 했다.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나의 말은 내 감정에 대한 표현이자 미래에 대한 약속이어야 했다. 모든 것을 고려하고 싶어하는 그녀와 모든 것을 잊고 매달리려는 나는 자꾸만 약속을 만들어내야 했다. 조금만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것을. 더보기 화려함에 대한 동경 사람들은 화려한 것을 동경한다. 어떤 사람은 말할 것이다. "나는 화려한 것이 싫어." 그러나 대중을 이끄는 것은 화려하다. 그 어떤 사람도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주인공은 가장 화려한 자들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강력한 유혹이다. 자본주의를 탈피하려는 노력은 언제나 있어왔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탈피한 사회의 모델에는 '화려함의 유혹'이 빠져있다. 과연 유혹이 필요한가...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필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가, 아닌가'가 아니다. '유혹'이라는 것 앞에서 실용성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화려함에 대한 동경.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것이 없다면 소박함과 안전함으로 만족하라는 다른 사회 모델들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더보기 몬스터 (미국, 2003) 샤를리즈 테론. 세기의 미녀. 몬스터를 보면 도저히 미녀로 보일 수 없는 한 여자 살인마가 나온다. 특수분장의 덕이겠지만, 배우 샤를리즈테론은 사형수 아일린워노스와 거의 똑같은 모습이라고 한다. 아일린워노스의 생전 주변인들이 영화를 찍으러 온 테론을 보고 귀신보듯 놀랐다고... ...어쩌면 에일린워노스는 어느 정도 이상의 환경이 받쳐주었다면, 반대로 세기의 미녀가 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영화의 감독은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나는 옛날에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던 적이 있다. 살인범의 본질은 '악함'이 아니라 '무능'에 있다는. 물론 악한 살인범도 있겠지만, 삶의 선택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도 있기 때문에, 불가항에 해당하는 살인범도 있을 것이라고. 물론 내가 그들과 친구가 될 수는 .. 더보기 파프리카 '꿈'이라는 것이 갖는 의미는 심장하다. 그것은 잠자는 인간의 정신활동의 결과물을 뜻하기도 하고, 현실의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모든 생명의 염원(어린시절에는 '장래 희망'이라고 부른다.)을 뜻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꿈을 먹고 산다. 동시에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죽게된다. 따라서 인간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필연코 꿈에 의존하게 된다. 인간은 이중적이다. 으례 '나 다운 나'로서 살아가길 원하지만, 반대로 '현재의 나와 다른 미래의 나'를 꿈꾸기도 한다. 지성인은 야성인을 꿈꾸고, 반대로 야성인은 지성인이기를 꿈꾼다. 천재는 바보의 순수함을 꿈꾸고, 바보는 천재를 동경한다. 그 결과 꿈에서의 자아와 현실에서의 자아는 분열되기 쉽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리라. 그리고 곤 사토시 감독도 그러했던 .. 더보기 고래에 대한 거짓말 먼 곳까지 배를 타고 다녔던 남자가 말하길 상사병에 빠진 고래가 물을 뿜으면 모든 뱃사람들이 눈시울을 적신다고. 그러면 바닷물에 노를 박아넣어 먼 곳으로 가야한다고. 뱃사람들이 모두 슬퍼 죽기 전에. 노를 젓는 사나이들의 구호는 기도로 변하고 온 몸으로 흘리는 눈물에 티셔츠가 흥건해진다지. 바다에 빠진 얼간이는 고래의 뇌에서 흘러나온 슬픔에 젖어 욕조를 채울만큼의 눈물을 흘리다 익사하고 만다지. 상사병에 걸린 고래가 머무는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큰 눈물의 도가니. 그러니 조심하라구. 녀석은 혼자 가려고 하지만, 그 거대함에 끌려들어가는 것이 너무 많아. 느긋하게 며칠 뒤에 그 바다에 가보면 슬픔에 치어 죽은 고래를 볼 수 있을텐데 아직 울음의 메아리가 남아있을지도 모르니 구경하고싶다면 귀는 닫고 가야할 .. 더보기 Regine...The moment you were mine 마음의 퍼즐을 맞추다가 빈 자리에 걸맞는 노래를 찾아 헤매던 중 이 노래가 그리웠다. 십여년 전 듣던 노래. CD가 아직 있는지 모르겠다. 어릴 적 가사의 의미도 모른 채 따라부르던 노래였다. 이 노래의 음원은 구하기 힘들다. 유튜브에서 겨우 들어볼 수 있었다. 처음 현악 반주 버전은 마지막에 수록된 보너스트랙이었다.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올려놓은 누군가에게 감사하면서. 오랫만에. 너무도 오랫만에 이 노래를 만났다. 그렇게 하루종일 이 노래를 들었다. 반갑다. 나의 어린 시절. 반갑다.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나의 감성. 더보기 정말 어릴 적. 많이 어릴 적에 버스를 탈 줄도 모를 때. 오직 버스의 박스 안에 돈을 넣으면 된다는 것만 알았을 때. 버스를 타고 친척집에 가려다가 정류장을 지나치고 말았지. 내려서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을 못했어. 나는 딴 생각에 빠져 이미 몇 개의 정류장을 지나와버렸고 창 밖은 생전 처음보는 낯선 풍경들. 내려서 반대방향으로 타면 괜찮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내 호주머니엔 땡전 한 푼 없었다. 나는 버스란 노선을 뱅글뱅글 도는 건줄 알았다. 가는 버스와 오는 버스가 똑같이 생겨서. 그래서 무작정 한바퀴 돌아서 친척집으로 갈 때 까지 기다렸다. 낯선 지역의 낯선 도로. 나와는 무관한, 나에게 무관심한 세계 속으로 나는 처음 혼자 들어가봤던 거였다. 처음 가보는 동네의 건물 간판들은 너무나 낯설었다. 간판들은 하나도 예뻐.. 더보기 이외수가 말을 잊다. 한 여후배가 내가 늙으면 이외수처럼 될 거 같다는 말을 했다. 씨바, 할 말을 잊었었다. 더보기 니혼영화 -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 영화는... 고대 애니미즘의 향취가 나는 정령신앙,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우렁각시 스타일의 영화인데, 대충 SF로 변용하면서 어떻게든 이상하게 꼬아보려고 만든 영화로 모든 상황과 러브스토리가 어거지로 끼워맞추어져 조악하기 그지없고 배우들의 연기는 경찰청 사람들을 방불케하며 극도로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여성주인공에서는 지독한 가부장제의 권력이 느껴지고 따라서 각본, 감독이 죄다 음흉하고 게으른 남자인 것이 분명한데다 어떤 식으로든 짠하게 결말을 맺기 위해 줄창 이어지는 '들어라 이것이 반전이다' 식의 설교는 지리할 정도로 착하고 아름답게만 떠들어대고 있어, 종국에 이르러서는 끈덕지게 이놈의 망할 이야기를 끌고가는 감독의 똥배짱이 진하게 느껴지는 바, 그 모든 과오에도 불구하고 다소 어섹한 이목구비의 조합..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