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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서/영화

니혼영화 -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 영화는...
고대 애니미즘의 향취가 나는 정령신앙,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우렁각시 스타일의 영화인데,
대충 SF로 변용하면서 어떻게든 이상하게 꼬아보려고 만든 영화로
모든 상황과 러브스토리가 어거지로 끼워맞추어져 조악하기 그지없고
배우들의 연기는 경찰청 사람들을 방불케하며
극도로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여성주인공에서는 지독한 가부장제의 권력이 느껴지고
따라서 각본, 감독이 죄다 음흉하고 게으른 남자인 것이 분명한데다
어떤 식으로든 짠하게 결말을 맺기 위해 줄창 이어지는 '들어라 이것이 반전이다' 식의 설교는
지리할 정도로 착하고 아름답게만 떠들어대고 있어, 종국에 이르러서는
끈덕지게 이놈의 망할 이야기를 끌고가는 감독의 똥배짱이 진하게 느껴지는 바,

그 모든 과오에도 불구하고
다소 어섹한 이목구비의 조합이기는 하나
청순가련, 순진무구, 자기희생으로 똘똘 뭉치고
손가락이 갸녀리며
동그란 눈이 귀여운 여자주인공의
기만에 가까운 천사표 성품으로 인해
모두 용서가 되고 좋은 영화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우렁각시...과연 꿈만 같은 것이다.

사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아닌 영화는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
만족했던 영화는 그다지 많지 않다.
내가 좋게 봤던 것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밖에 기억이 안난다. 일단 지금은.
뭐 그나마 조제 그것도 여러가지 연출에서 불만이 많았으나 내용이 좋았다.
'연애사진'도 억지로 짠한 이야기였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라는 영화는 제목만큼만 잘 만들면 얼마나 좋았을까.
돌이켜보면 일본 영화는 엄청 착한 내용이거나, 아니면 극악에 가까울 정도로 못된(주온은 이유없이 그냥 죽일 뿐...) 내용들이었는데...

아, 그리고 구로사와기요시의 도플갱어는 거의 감독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을 정도의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그런 일본의 어거지 연출에 속아주고싶다.
뚜껑 열면 실망할 걸 예상하면서도 괜히 땡긴다.
이 묘한 변태스러움은 또 뭐냐.
서서히 길들여지는 것 같달까...말투도 좀 일본스럽게 되어가는 거 같다는...ㅡ,ㅡa


 2008/07/21 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