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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서/글

불굴의 여인

에밀리 뒤 샤틀레(1706~1749)는 뛰어난 물리학자였다.

에밀리 뒤 샤틀레


그녀는 자력으로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번역했다.
그리고 이후 스스로의 성찰로 뉴턴의 권위로 장악된 물리학을 탈피,
라이프니츠의 이론이 옮음을 증명했다.
그녀는 열정적으로 탐구했다.
그러한 영혼이 그나마 자유로울 수 있는 시기는 아직 150년을 더 기다려야 했는데도,
그녀는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학계의 인정도 받았다. 물론 충분치는 않았지만.

리제 마이트너(1878~1968)는 뛰어난 유태계 물리, 화학자였다.
수줍음이 많은 여성이었지만
그건 그녀 안에 잠재된 열정 위에 덧붙여진, 사회의 억압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녀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출발해 원자와 에너지의 관계를 더욱 선명하게 규명했고,
그 총명함을 시기한, 역시나 뛰어난 물리학자 오토한을 좌절케 했다.
그녀는 독일 최초의 여성 교수가 되었다.
그 순수 열정의 아름다움 앞에서, 남자 오토한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배신'뿐 이었다.
아마도 '존경'만이 남은 대안이었겠지만, 배신을 선택한 남자의 허위의식은 너무도 치졸하다.

이 두 사람은 『E=mc^2』이라는 책에서 다소 극적으로 소개되는데,

리제 마이트너


지금껏 책에서 읽어본 여성 중에 가장 매력적이다.
나도 분명 여성을 억압하는 세계에서 혜택을 얻고 살아가는 남자다.
이 두 사람의 매력에 끌릴 수록,
내게도 치졸함이 숨어있지는 않은지 두려워하게 된다.
리제마이트너와 샤틀레를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경외일까.
질투라는 것을 잘 모르고 살았던 내 성향에 의존해 '나는 오토한과 달랐을 텐데...'라고 위안해야 하는 걸까.

나는 뉴턴과 라이프니쯔의 경합, 버트런트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의 논쟁, 아인슈타인과 쿠르트 괴델의 대화..
이러한 에피소드들을 좋아한다. 반면에 여성 학자에 대한 에피소드는 그 자체로 드믈다.
세기의 인재였던 리제마이트너와 샤틀레 정도가 내가 접할 수 있었던 사례였다.
나는 뉴턴과 라이프니쯔가 동시대에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성을 억압하는 세계에서
수많은 여성 라이프니쯔와 여성 다빈치는 다행히 태어났더라도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사라졌을 것이다.

그 댓가로 얻은 것이 '남성 권위 의식'의 유지에 불과하다면,
남성에게는 필연적 원죄가 있다.


- 데이비드 보더니스, 『E=mc^2』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