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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에 대한 기억? 전 여자친구는 나의 첫사랑이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게 첫사랑은 따로 있었다. 지금껏 전 여자친구만큼 사랑했던 여성은 없었다. 다만 순서상 첫사랑은 다른 사람이었다. 첫사랑에 빠졌을 때 썼던 글이 있다. 그녀는 천천히 걸어가기만 할 뿐인데 세상의 궤적들은 그녀를 향해 일그러지고 여리기 그지없던 나의 헛된 방어막을 뚫고 온 그녀의 향기에 치어 아파죽겠네. 나는 살아온 방법을 잊어버리고 그녀가 천천히 이 세상 전부를 가지는 것을 보고만 있었네. 헐...이랬다. 난 나름 오만한 사람인데도.. 뭐가 그렇게 좋았던 걸까. 신기한 일이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더보기
사물의 경계 레오나르도 다빈치 왈. 대상을 그리는 데 있어서 대상에서 가장 중요치 않은 부분은 대상들의 '경계'다. 경계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대상의 표면의 일부이며 표면은 대상을 감싸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경계는 표면의 일부이나 완전히 표면인 것은 아니며 표면과 닿아있는 허공도 아니다. 경계는 표면과 허공 사이에 존재한다. 화가들이여. 경계에 집착하지 말라. 그것은 잘보이지 않고 두껍게 칠해야 한다. -- 여기부터 내 생각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정규교육을 받은 바 없는 가난한 천재였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존재에 대한 통찰은 이정도다. 경계는 필연적으로 표면의 일부이지만 표면 그 자체는 아니며, 표면과 닿은 공간도 아니다. 그것은 공간과 표면 사이에 존재한다. 잘 보이지 않고 두껍게 칠해야 한다는 것은 경계가 '선.. 더보기
까만남자 - 악마 어릴 적이었을까요. 몇 살때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3살이거나 4살이거나 5살이거나 6살이거나 그 언저리의 시간이 흘러내려갈 때 쯤이겠지요. 나는 조용히 전봇대 아래에 쪼그려 앉아있었습니다. 동네 조용한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아버지가 사주신 야구모자를 쓰고, 운동화를 구겨신었었고, 약간은 사이즈가 작은 티셔츠를 입고있었고, 혼자 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어떤 남자가 내 곁으로 걸어왔습니다. 나는 가만히 그 아저씨를 쳐다봤는데 위 아래로 까만색 옷을 입고 까만 중절모를 쓴 그 남자는 내 바로 옆에 까지 왔다가 나를 향해 씩 웃더니 발길을 돌려 가버렸습니다. 그 남자에게서 풍겨온 냄새를 조금 맡을 수 있었고, 그 남자가 흘리고간 발걸음 소리도 조금 들을 수 있었고, 그 남자의 차가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