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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Day

그만 하고픈 이야기

꿈을 꿨다.
꿈 속에서 나는 군인이었고, 힘든 전투를 수행하고 있었다.
군대란 언제나 지친 만큼의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어느날부턴가 내게 좋은 음식과 약간의 돈이 배달되었다.
나는 그것이 부모님의 것인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속한 부대는 외부와의 연락을 허락하지 않았으므로 감사를 전할 방법이 없었다.

아침이었다. 내게 급한 전투명령이 내려졌다.
소모전이었고, 우리 부대는 죽음을 앞둔 것이 뻔한 전투를 치르도록 되어있었다.

밖으로 뛰어나가는데 북새통 속에 부대가 제어되지 않고 있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병사, 명령을 전달하는 병사, 아픈 병사들이 시장바닥처럼 뒤섞여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그 북새통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서 있었다.
여자였고, 작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녀였다.

그동안 음식과 돈을 넣어준 사람은 부모님이 아니라
아마도 그녀였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나로서는 너무나 늦게 그 사실을 알아버렸다.
왜 그런 일을 하였느냐고 물었지만 그저 쓸쓸하게 웃었다.
내가 죽으러 가는 길이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녀를 잊으려고 노력해왔지만,
그녀에게는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아니, 예전처럼 사랑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모든 것에 대해 사과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사랑한다는 말은 할 시간이 있었지만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런 감정들 속에서 허우적대다 깨어났다.


유치하고, 단순한 꿈이었다. 어디서 본 영화같기도 하고
영화라면 3류에 그칠 그런 작품이었다.
전 여자친구에 대해서 더이상 말을 꺼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는데.
여전히 내게는 힘들 때 힘이 되어준 유일한 사람이다.

그만두자. 너절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