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는 관대하되 자신에게는 엄격하라는 말이 있다.
지난 몇 년간 나는 타인에게 관대하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어느 정도는 관대해졌고, 어느 정도는 여전히 빡빡하다.
그래도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문제는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움이다.
타인에게 관대해지려 애쓰는 것의 부작용은
결국 나 스스로에게도 관대해지기 너무 쉽다는 것이다.
오히려 모두에게 빡빡하게 행동할 때
나 자신에게도 엄격할 수 있었다.
사르트르같은 독설가는 타인에게도 지독히 엄격했다.
그리고 그만큼 스스로에게도 치열했다.
이를 통해 엄격함은 얻어냈을지 모르나,
그의 대인관계가 원만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관대함과 엄격함을 겸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잘 해내면 내 인격에 대한 수양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나를 바보로 만들 수도 있다.
동양철학에서는 몸가짐의 중요성을 자주 말한다.
그렇게 자신에게 엄격하면서 타인에게 관대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내려 한다.
그러나 많은 부분, 그러한 엄격함은 격식을 만들기 쉽다.
격식은 많은 측면에서 자유에 제한을 두게 된다.
즉 유연함을 손상시킨다.
그런 점에서 관대함과 엄격함의 싸움은 생각보다 치열하다.
옳고 그름이란 응당 가려야할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인간적인 관계에서는 옳고 그름이 그다지 중요치 않은 것 처럼
가치들은 모두 가치들이기 때문에 치열하다.
한가지 명확한 것은, 마음에 드는 것과 옳은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 구분이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합리화로 흐르는 것은 쉽다.
그리고 합리화란 약간의 기술로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으나
결국에는 거짓말과 별반 다를 것이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