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혼자 걸었다. 4시를 넘어서였다.
가로등 아래서 노란색 고양이가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멀리 택시 한 대가 조용히 지나갔다.
나는 쪼그려 앉아서 고양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녀석은 가진 것 없는 내 손에 호기심을 보이며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텅 빈 손으로 녀석의 얼굴을 조금 만졌다.
나는 일어서서 걸었다.
고양이가 나를 따라와줬다.
녀석은 자동차 아래의 어두운 곳이나
길거리에 놓인 비닐봉투를 관찰하기도 했지만
그러면서도 나를 계속 따라왔다.
내가 사는 건물 앞에서
나는 녀석을 빤히 쳐다봤다.
녀석도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녀석은 고개를 돌려
남은 길거리로 걸어갔다.
아주 잠깐, 녀석과 나는 함께 걸었다.
그리고 발걸음을 돌릴 때
'함께'가 끝난다는 것을 녀석은 알고 있었다.
내가 빤히 쳐다볼 때,
그게 '함께'를 끝내는 의식이라는 것을
녀석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밤거리
홀로 돌아가는 골목에는
짠 맛이 나는 노란색 가로등이
눈부시게 얼굴을 비추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