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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수학. 그 신비함.

가끔 수학을 다루는 영화가 있다. 수학은 보편적(?)으로 학창시절의 악몽같은 존재다. 나 역시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문과로 진학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수학은 매력적인 존재다. 특히 수학 혹은 수학자를 다루는 영화를 보면 그 매력이 뻥튀겨져서, 왠지 수학에 관심도 생기고, 뭐 그렇다. 

어쩌면 수학을 너무도 재미없게 가르치는 한국 수학교육의 문제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워낙에 천재들이 구축해놓은 수학 세계라, 어린 학생들이 '매력'을 알아채기에는 만만치않은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저 여러가지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으로, 최근에는 논리학과 수학에도 조금 구미가 당겨 교양 수준의 책을 읽어보곤 했는데, 영화에서 다룬 수학으로 잠깐 썰을 풀어봤다. 전공이 수학이 아닌 만큼, 어려운 수학은 전혀 다룰 깜냥이 안되므로, 영화 내용에 흥미를 돋우는 차원에서...참고하면 되겠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I. <뷰티풀마인드>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수학자 존 내쉬라는 사람의 일대기다. 이 영화 참 재미있더라. 나는 고교시절 수학에는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 영화는 수학자를 다룬 것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미있어서 몇 번이나 봤다. 

나는 위 사진처럼 내쉬가 유리창에 하얀 펜으로 계산을 하는 모습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왠지 나도 흉내내보고 싶은...실제로 내쉬가 저렇게 공부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읽은 책에는 저런 대목이 없었는데, 아마도 시각적 효과를 위한 배치였을 것이다. 어쨌든 저런 것은 미드 <하우스>에서 하우스교수가 하는 짓과도 유사하다.

1.
영화 속에서 내쉬의 와이프 역할로 나오는 '제니퍼코넬리'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녀. 실제로 그녀의 학력은 스텐퍼드 대학교. 영화 속 무대가 되는 프린스턴에 버금가는 명문대의 엘리트다. 참고로, 내쉬는 프린스턴 졸업 후 MIT교수로 취임하는데, 제직 당시 MIT의 명성은 지금의 MIT와는 달랐다고 한다. 그때는 좀...덜 알아줬다고 하는데. 원래 내쉬가 희망하던 학교는 모교인 프린스턴 대학교였는데, 처음에는 교수직을 얻지 못했다. 

당연히 영화 배우니까 예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쉬의 아내였던 알리샤라는 여성은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연상케 할 정도의 미녀였다고 한다. 내쉬는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사교성이 부족한 사람이었는데, 어찌 그런 미녀를 얻었는지 다들 궁금해했다고 한다.

위 사진은 제니퍼코넬리와 그의 남편 폴 베타니. 폴 베타니 역시 <뷰티풀 마인드>의 조연이었는데, 저 배우의 능청스러움이 나는 참 편안하게 다가왔던 거 같다. 방탕한 룸메이트 찰스 역할. 뷰티풀 마인드를 촬영하다 눈 맞아서 결혼까지. 

2.
내가 제니퍼 코넬리를 어떻게 해볼 심산은 아니었지만, 그녀와 결혼한 저 자식...폴 베타니의 역할이었던 영화 속 찰스는 내쉬가 상상해낸 허구의 인물로 묘사된다. 실제로도 이는 허구의 인물이다. 내쉬가 정신분열증을 앓기는 했으나, 그 증상은 영화 속의 그것과는 달랐다고 한다. 내쉬의 증상은 자신이 외계인의 사절단이라는 망상을 믿어 의심치 않은 것..이라고 한다. 

이런 증상은 다소...허 모 정치인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래서 영화에 100% 차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장화홍련>,<숨바꼭질> 등등 여러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환각' 트렌드를 답습한 증세로 변용되었다. 즉 영화 내용상으로도 허구의 인물이고, 실제로는 더더욱 허구의 증세라는 말이다. 찰스는 아예 없었던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제니퍼 코넬리를 빼앗아갔다.



3. 
군사작전의 Brain 으로 묘사되는 내쉬. 내쉬의 정신병력이 절정을 달리는 부분이며, 이 영화의 스토리상 가장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내쉬는 군사작전에 참가할 목적으로 설립된 RAND라는 단체에 소속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에 그다지 활발하게 운용된 단체가 아니라고...들었다. 그리고 내쉬가 전략의 중추적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하는데...기억이 가물가물..

위 사진의 암호 해독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각적 장치였다. 특히 내쉬가 집중한 숫자라인에 대한 표현과 '스르세붜스줴줴~' 하는 청각적 표현은 놀라울 정도로 몰입감을 줬던 거 같다. 

여담으로, 보통 중국 액션영화를 보고나면 '분명히' 적어도 10분간은 관객의 전투력이 상승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어릴 적 이연걸님 영화를 보고 형과 무던히 싸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보고 나서도 머리가 좋아지진 않았던 거 같다. 

4. 
내쉬가 정신분열증세를 보인 시기에, 내쉬는 '리만가설'에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이 영화의 말미에서는 내쉬가 리만의 난제를 해결한 것으로 나오는데(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 리만 가설은 '수학 4대 난제' 중의 하나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리만가설은 내쉬 외에도 몇몇 수학자를 정신병에 몰아넣은 전적이 있다고 한다. 

리만은 위대한 수학자로, 3차원에 머물러있던 공간개념을 4차원 이상으로 확장시켰다고 한다. 이론상 수학의 차원은 무한하다고 하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리만의 수학을 이용해 공간의 휘어짐을 계산한다고 한다.

수학의 4대 난제에 대해서



II<굳윌헌팅>
1.

<굳윌헌팅>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였다. 일단 이 영화에서 다루는 'Good Will'이라는 인물은 수학만의 천재는 아닌 것으로 묘사된다. 굳 윌은 MIT에서 청소하는 잡역부 알바를 하다가 메인 홀의 칠판에 적힌 수학문제를 풀어내면서 교수의 주목을 받게 된다. 정말이지 드라마틱한데...이 영화의 내용도 드라마틱하지만,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인 멧데이먼과 벤에플릭의 사연도 대단히 드라마틱하다.

멧데이먼과 벤에플릭은 원래 친구였는데, 멧데이먼이 쓴 각본으로 두 사람이 출연하는 영화를 찍으려는 꿈을 가진 청년이었다고 한다. (나도 내 친구와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아마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그런데 이들의 각본이 영화 제작자의 눈에 들었고, 급기야 거물배우 로빈윌리엄스가 출연하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바로 그 각본이 이 영화, 굳윌헌팅이며, 굳윌헌팅은 아카데미 각본상까지 거머쥐게 된다.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그들의 젊은 꿈. 부럽다.

2.
굿 윌의 천재성은 그냥 뭔가를 '좔좔 외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책의 페이지까지 암기하고 있다. 이러한 예는 가끔 역사속 천재들의 에피소드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문호 밀튼은 시력을 상실한 후, 남이 읽어주는 책에서 단어가 빠진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의 유명한 암기왕, '킴 픽'은 자폐증세를 가진 사람인데, 한 번 읽는 책의 90%를 암기하고, 그 페이지도 암기한다고 한다. 뭐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있다하니...굿 윌에 대한 묘사가 과장이긴 해도 영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다. 뭐 그런 변종들이 가끔 발견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현실 속에서 '천재'라고 묘사되는 사람들은 영화의 표현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 능력을 가졌다고도 할 수 있겠지. 킴 픽은 영화 <레인맨>의 모델이기도 하다. 

여하튼 굿윌헌팅에서 묘사하는 '묻지마 천재성'은 자세히 표현되지 않으므로 그다지 언급할 것이 없다. 천재를 다루는 영화들(아마데우스, 카핑베토벤, 비투스 등등)을 보면, 대부분 어느정도는 기괴하고, 어느정도는 아프다. 천재들은 다들 좀 환자스럽다.


III<페르마의 밀실>

1.
그냥 대놓고 '수학 영화'. 시작부터 주인공은 '골드바흐의 추측'을 해결한 젊은 수학자로 묘사된다. 골드바흐의 추측에 대해서는 위의 '4대 난제'의 설명을 참고하시길.(그렇다고 설명을 잘 해놓은 것은 아님. 저 같은 비 전공자에게는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소설책을 추천합니다. 꽤 흥미진진합니다.)

이 영화에 등장인물부터 쟁쟁한 수학 천재들의 이름을 표방한다. 각 등장인물들은 '페르마의 밀실'이라는 수학학회에 초청되는 전도양양한 수학인으로 묘사되는데, 그들은 각자에게 부여된 '가명'으로 서로를 대해야 한다. 그 가명이 바로 역사속 유명 수학자들이다.

언급되는 수학자는 '힐베르트, 갈루아, 페르마, 올리비에'라는 사람이다.

-힐베르트는 형식주의를 완성할 꿈을 가진 수학자였다. 현대수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당대 수학계에서는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었고, 업적도 대단하다고 한다. 힐베르트의 형식주의는 이후 '쿠르트 괴델'의 '불완전성 증명'에 의해서 깨어진다. 그런 점에서 비운의 강자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에서도 비운의 주인공으로 묘사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불완전성 - 도서출판 승산'의 책을 참고하면 좋다. 책도 재미있다.

-갈루아...갈루아의 업적은 별로 없다고 한다. 갈루아는 21세에 죽음을 맞게되는 비운의 천재인데, 그의 천재성은 생전에는 별로 인정받지 못했다.(말하자면 과도하리만치 뛰어나서 이해되지 못함. 업적이 그다지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알기로는 여인을 사이에 두고 다른 남자와 권총 결투를 하게 되는데, 그 때문에 숨졌다고 한다. 음...역시 사랑이란 요사스러운 것이다.

-페르마. 워낙에 유명한 수학자라...위에 언급한 4대 난제 중의 하나를 고안하기도 했다...BBC에서 제작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Fermat's last theorem)'라는 다큐를 보면 엔드류와일즈와 관련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적어도 그 난제에 대해서는)

-올리비에. - 나는 모름-

2.
'밀실'이라는 컨셉은 영화 <큐브>와 비슷하다. 밀실에서 부여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도 거의 같다. 이러한 밀실 컨셉은 '지능'과 관련해서 상당히 흥미롭다. 지능이란 무엇일까? '인간이 무엇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을 때, 비로소 사용하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지능이라는 것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은 꽤 어려운 것이라 하는데, 이 표현은 상당히 적합한 표현이 아닌가...생각한다. 

"인간이 무엇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을 때." 바로 <큐브>와 <페르마의 밀실>, 그리고 <쏘우>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코드다. 너무나 흥미롭지 않은가? <페르마의 밀실>은 바로 이 코드를 타고 들어간다.

3. 
이 영화 자체가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난제를 끼고 있는데, 영화의 내용 전개도 몇 개의 난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시작부터 난제, 난제, 난제다. 

그 중, 재미있는 난제를 하나 소개하자면, 

학생이 선생에게 물었다. 따님 세 분의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그러자 선생이, 

"세 딸의 나이를 곱하면 36이고 더하기를 하면 너희 집 주소다." 

그러자 학생은 설명이 부족하다고 하였다.

그러자 선생이 덧붙이길, "제일 큰 딸은 피아노를 친다"라고 하였다.

딸들의 나이는 각각 몇 살인가?


딸들의 나이는 위 문제를 통해 추론할 수 있다.

답은 아래에.


이 영화의 밀실은 사면이 점점 좁아지는 형태다. 그 밀실의 고안방식 자체도 흥미롭다. 어떻게 4벽이 동시에 좁아질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 상당히 간단한 형태임을 알 수 있다. 



IV <큐브>

1.

빈센조나탈리 감독을 출세시킨 문제작. 나는 <큐브>를 정말이지 사랑했다. 앞서 언급한 지능의 흥미코드를 보여준 원조 명작. 큐브는 '육면체'를 뜻하는데, 단어의 발음마저도 신비롭게 느껴진다.(오바..) 


이 영화를 보면 자연히 '루빅스 큐브'라는 퍼즐을 연상하게 되는데, 과연 루빅스 큐브 안에 사람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모티브다.



2. 

이 영화에서는 '소수(Prime number)'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고 보니 페르마의 밀실을 관통하는 골드바흐의 추측도 소수의 문제다. 두 영화는 밀실을 다룬다는 점, 소수를 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라 하겠다.


이것은 스포일러. <큐브>에서 다루는 퍼즐은 각 방에 명시된 3개의 숫자 중에 1개라도 소수가 섞여있다면 그 방에는 '함정'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숫자가 소수인지를 알아보려면 '소인수분해'를 해봐야 한다. 그런데 이 작업을 필기도구나 계산기 없이 빨리 해낸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영화의 퍼즐 해결사가 있었으니, 바로 한 명의 정신병자였다. 영화에 묘사된 바로는 자폐증상의 환자인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폐증인 천재가 가끔 실제로 발견된다. 그러한 자폐 천재아를 '서번트(Savant)'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서번트가 몇몇 있다고 한다.


참고로 서번트가 전부 수학에 재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재능이 다른데, 어떤 이는 암기, 어떤 이는 숫자 계산, 또 어떤 이는 음악의 천재다. 드믈다고 하지만 미술의 천재도 몇 명 발견된 바 있다. 서번트를 다루는 영화도 몇몇 있다. 우선 언급한 영화<레인맨>, <모짜르트와 고래>, <피아니스트의 전설>이 대표적이다. 




어...피곤해서 여기까지. 


원래 수학을 다룬 영화...라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보니 피곤해지고, 쓰고 싶은 이야기를 막 적어넣다 보니 별별 이야기가 다 섞여들었다. 



참고자료 :

1. 서적 - 

'뷰티풀마인드(영화와 동명의 책 )' : 영화가 아닌 실제 내쉬의 전기. 영화와 다른 점도 많고, 좀 더 많은 수학적 설명을 원한다면 보기 좋음. 

'불완전성' : 논리학자 쿠르트괴델의 전기. 힐베르트가 추구한 수학적 방향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소개되고, 무엇보다 책이 재미있음.

'서번트 신드롬' : 데럴드 트레퍼트라는 사람의 저서. 평생을 서번트 연구에 몸바쳤다고 함. 서번트라는 특별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에 좋음.

'브레인맨 천국을 만나다' : 다니엘 타멧이라는 서번트의 자서전. 원주율 3.14이하 22500자리 숫자를 외우는 특이한 사람. 아스파거스 증후군 환자로, 숫자계산과 언어습득에서 천부적 재능을 보임.


소설'골드바흐의 추측' :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려는 '페트로스'라는 야심찬 수학자에 대한 소설. 골드바흐의 추측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당대 유명한 학자들(엘런튜링, 라마누잔, 하디, 괴델 등등..)를 버무려 상당히 재미있음. 


그 외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서적 다수(글을 막 쓰다보니...)


2. 영상물 :

Fermat's Last theorem(다큐) :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대한 비교적 자세한 설명. 


아트앤스터디 강좌(http://www.artnstudy.com) : 아트앤스터디는 인문학, 철학 등의 강좌를 서비스하는 업체인데, 대학교 수준의 동영상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니체, 프로이트, 들뢰즈 등 혼자 시작하기 어려운 공부에 성큼 다가설 수 있음. 학문에 의욕이 있거나, 졸업 후에도 공부를 원한다면 들러보기 좋음.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