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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어떤 남자가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남자는 한 아름다운 여자를 만났다.

그녀와 밤새도록 대화를 나누고

그렇게 아침이 되었다.

남자는 개운하게 깨어났다.

 

남자는 꿈 속의 여자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슬픈 사실이 있다면

같은 꿈이 반복되는 일은 매우 드믈다는 것.

남자는 매 순간 변화하고

모든 밤의 꿈은 다를 수 밖에.

 

남자는 변화한 세상을 경험했다.

언제든 그녀를 떠올리면

바람소리는 음악으로 변하고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은 그림같았다.

순수한 사랑때문에

남자는 악사도, 화가도 될 수 있었는데.

 

...슬픈 사실은

같은 꿈은 결코 되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백일도 천일도 넘는 밤을 보냈지만

남자는 꿈 속에서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내 사랑은 끝나지 않는데. 과연 그녀는 세상에 존재하기나 했을까.'

음악은 한없이 슬퍼졌고

그림도 한없이 슬퍼졌다.

사람들은 그의 음악과 그림을 감상하고 울었다.

 

'꿈 속에서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지.'

세월 때문에 늙어버린 남자는 슬프게 엎드려 울었다.

그녀를 어디서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은

아니, 어디에도 존재한 적 없었다는 사실은

그를 못견디게 만들었다.

 

'머리가 아파. 아마도 난 너무 많은 생각을 했던 게지.

꿈에서 만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괴이하기 짝이없어.'

 

실망에 지친 남자는 나무 그늘 아래서 잠들었다.

그리고 그 날. 거짓말처럼. 아니, 기적처럼.

남자의 꿈에는 그녀가 나타났다.

수십년 만에.

 

감격에 겨운 남자는 경이로움과 기쁨에 취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녀를 위해 준비해 둔 노래를 부르고

그녀를 위해 준비해 둔 그림을 그리고

그렇게 밤새도록 대화를 나누었고

그들의 영혼은 물고기처럼 춤췄다.

 

다시는 꾸지 못할 지도 모를 꿈.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지도 모를 행운.

남자의 영혼이 행복에 가득한 꿈을 꾸고 있을 때.

 

결정을 내린 심장은 조용히

박동을 그만두었다.

 

그림과 기타로 가득찬 그의 골방에서

남자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잠들어있었고

다시는 깨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