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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서/영화

Man from earth

우울함이 멈추지 않아서 영화를 봐야했다.
SF영화를 평소에 좋아했기 때문에 '맨프럼어스' 라는 제목의 영화를 선택했다.
그 영화는 SF영화가 아니었다. 장르를 어떻게 구분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멘프럼어스같은 영화가 속하는 장르가 있다면, 그 장르의 영화를 몽땅 보고싶을 정도였다.
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길 즐겨한다.
대화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다. 웃기기 위한 대화, 싸움을 위한 대화, 진지한 성찰을 위한 대화.
나는 세번째의 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기회는 흔치않다.
그리고 세번째의 대화를 할 때, 나는
대부분 들어주는 입장이 된다.
나는 상대방이 '내 생각은...'이라고 말을 꺼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말할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솔직하다. 그리고 예쁜 생각들은 사람들 안에 많이 있다.
남자들은 보통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남자들은 근거에 기반한 판단으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여성들은 자신만의 생각, 감정에 대해서 기억하려하고, 거기에 기반한 설명을 한다.
나는 성별여부를 떠나 후자가 더 듣기 좋다.
그런데 나는 내 이야기를 차분하게 듣고, 차분하게 이해하고, 차분하게 나를 설명해주는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
영화속의 John 같은 사람은 없었다.
John이 대화하는 방식은 내가 원하던 미래의 그것과 흡사했다.
그의 말투, 상대를 보는 눈빛, 때때로 꺼내는 사실들, 흐트러지지 않는 감정.
내가 되고싶어하던. 그리고 내가 실제로는 만나본 적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꿈이라도 꿨으면 좋겠다. 그리고 John을 만나고 싶다.

밤새도록 벽난로 옆에서 John과 대화를 나누고싶다.


2008/07/16 0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