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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의 느낌


마치 그런 느낌이었다.
넘어갈 수 없는 유리벽 너머에서
소녀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듯한.

나는 그 눈빛에서 어떤 또렷한 의미를 찾아내지 못한 채
목소리도, 생각도, 조금의 체온도 전할 방법이 없고 
부는 바람에 그녀 머리카락 날리는 것을
황망히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던.

내 황망한 눈빛 속에서
그녀 또한 어떤 또렷한 의미를 찾아내지 못하고
내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망연히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던.

내 눈빛의 아쉬움이 더해가고
그녀의 눈빛의 아쉬움도 더해가고
아쉬움이 더해감을 확인할 수록
알 수 없는 신비감이 커져가고

그녀의 존재 때문에 가슴이 벅차올라 감당하기 힘들었을 때
그 와중에 그녀가 먼저 울음을 터뜨렸을 때
내가 같은 의미의 울음을 터뜨렸을 때
유리벽에 머리를 맞대고 주저 앉았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