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 생각

고래에 대한 거짓말

|  2009. 1. 4. 03:18

먼 곳까지 배를 타고 다녔던 남자가 말하길 

상사병에 빠진 고래가 물을 뿜으면
모든 뱃사람들이 눈시울을 적신다고.
그러면 바닷물에 노를 박아넣어 먼 곳으로 가야한다고.
뱃사람들이 모두 슬퍼 죽기 전에. 

노를 젓는 사나이들의 구호는 기도로 변하고
온 몸으로 흘리는 눈물에 티셔츠가 흥건해진다지.
바다에 빠진 얼간이는 고래의 뇌에서 흘러나온 슬픔에 젖어
욕조를 채울만큼의 눈물을 흘리다 익사하고 만다지.

상사병에 걸린 고래가 머무는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큰 눈물의 도가니.
그러니 조심하라구.
녀석은 혼자 가려고 하지만,
그 거대함에 끌려들어가는 것이 너무 많아.
느긋하게 며칠 뒤에
그 바다에 가보면 슬픔에 치어 죽은 고래를 볼 수 있을텐데
아직 울음의 메아리가 남아있을지도 모르니
구경하고싶다면 귀는 닫고 가야할 것이라지.

만일에 그 곳에 죽은 고래가 없다면.
아마도 울음 끝에 사랑을 이룬 고래가 얌전히 떠난 것이니
그것도 나름 괜찮지.

 세상에는 사냥해선 안될 고래가 있다.
사랑에 빠져 온 바다를 눈물로 채워버리는
그런 녀석들 말이지.

***

가끔은 동화같은 상상을 한다.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전설을 상상해내는 것은 재미있다.
그것은 아마도 팀버튼의 취미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