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 생각

2007년 여름 어느 날의 자유연상 푸념

|  2008. 12. 21. 17:32

스치는 바람은 붙잡을 수 없고 그저 떠나.

바람을 만나는 순간 바람이 떠나는 게 시작되고,

달그락거리는 맥주켄도 아쉬워했지.

차곡차곡 채워온 지식으로 충분할 줄 알았는데.

그 모든 것은 다 뒤집어버려야 의미있는 것으로 변해버렸어.

내가 사랑했던 것은 문자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오케스트라였는데.

그리운 기억의 어린 시절에는 거기에 심취할 수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불을 끄면 스텐드를 켜야 해. 스텐드는 너무 밝아서 눈이 부시지.

그럼 음악이 필요해. 시간만큼 계속되면서 시간을 일렁이게 만드는 건 음악 뿐이지.

하긴 사랑에 빠지면 음악이 없어도 나름 괜찮더라.

사랑은 마치 음악처럼 세상을 지배하는 또다른 힘이었지.

음악을 들으며 길을 걸으면, 눈 앞은 영화의 한장면처럼 느껴지고

나무와 가로등은 더이상 무심하지 않게 되지.

근데 사랑에 빠지면 그렇게 되는거야.

그래서 나는 사랑이란 소리 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 둘은 달라서. 떠난 사랑때문에 비어버린 가슴은

음악으로도 채워지지 않아.

그걸 채울 수 있는건 없지. 다만 서서히 비어버린 것을 망각할 순 있어.

망각과 친한 것은 언제나 술이지.

나는 취해도 필름이 끊기는 일은 없지만.

분명히 내 정신은 취하고나선 망각에 근접해가니까.

어쩌면 내 앞의 술병은 내 마음을 알고있는지도 몰라.

술병은 준비를 하겠지.

그리고 내 안에 들어오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나를 위로하려고 난리를 치는거야.

나의 간세포와 싸우면서.

나는 술을 사랑한다고 말하곤 했지만

사실 그렇진 않았어. 사랑이란 술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내게 사랑은 몰래 다가와 나를 지배해버리는 감기몸살같았지.

어렴풋하게 감지할 수는 있지만 결코 확실치는 않게 다가와서

어느 날 나는 뛰는 가슴을 확인하고, 대체 왜 가슴이 뛰는건지.

왜 멈출 수 없는 건지. 이해해야 했고, 이해할 수 없는 와중에

몸져 누워버렸어.

아버지는 놀려대고, 어머니는 걱정하셨지.

나는 맛있는 음식조차 멀리했었어.

하지만 어머니가 걱정하신건 내 건강보다는 사랑이었지.

내 병든 정신은 계속 상상을 해댔어.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지.

바람은 불어와서 떠나는데, 상상은 그렇지 않아.

내 머릿 속은 상상의 압력때문에 터져버릴 거 같았고,

흘리는 눈물에는 상상들이 녹아나오는 거 같았어.

나는 예민해져가고, 피부에 스치는 이불마저도 따가웠어.

모든 보호막은 증발해버린 거 같았고, 세상은 차갑거나 뜨거웠어.

어떻게 걸어야할 지 알 수 없었지. 터벅터벅? 아니면 뚜벅뚜벅?

꼬이는 발걸음들 때문에 외출이 싫어졌어.

국사시간에는 사랑에 빠져버린 못난 원시인을 생각했지.

언어를 배우지 못한 녀석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가슴을 두들기기만 해.

아마 그렇게 15살 즈음이었을까. 나는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있었는데,

아무리 화를 내도 괜찮은 사람이 나타났어. 이소룡이었지.

저 사람이라면 사랑을 하면서도 화를 낼 거 같다고 생각했어.

모으면 모을수록 위대해질 거 같았던 핫뮤직 잡지를 형이 사모았고,

나는 핫뮤직을 빼앗겼기 때문에 댕기라는 순정만화를 모았지.

나는 나를 소중하게 다루었는데. 혹은 어떤 나쁜 경험이라도

나의 것이었기 때문에 소중했는데.

중2때 알게된 어떤 사람은 그 모든 과거를 무력하고 볼품없는 것으로 만들고

나만 아끼던 마음들은 그녀에게 흡수되어버렸어.

원래 지난 사랑을 상상하면 웃기고 부끄러워야하는데

지금 생각해도 나는 여전히 멜랑콜리해져.

초컬릿을 먹으면 사랑을 받는 느낌이라지.

하지만 개소리야 나한텐. 아무리 먹어도 그녀같진 않았어.

어린 가우스는 칸토어의 정수론을 5살때 읽었다고 들었어.

그 사실을 안 것은 21살때였을거야.

멋지다...라고 생각했지. 아마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할거야.

아마도 난 천재는 아닌 거 같았어. 하긴 천재라는 단어는 너무 쉽게 쓰이는 경향이 있어.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생각했지.

천재들은 대부분 괴롭게 살다 갔지만, 그건 상관없다고 느꼈어.

그 자체로. 그들은 빛나고, 빛나면 그만이다.

잘못된 생각이었지. 지난날이 아름다워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뒷모습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니까.

언제쯤 알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빈곤한걸까.

엄마에게 했던 질문이 기억나네.

내가 나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나잖아요. 그 사람이 나를 보면 나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엄마는 그 질문을 이해할 수 없었고, 나도 그랬어.

나는 그걸 충분히 설명해서 질문할 만한 단어를 몰랐으니까.

참 철학적이기도 했지. 하지만 누구나 하는 질문이기도 해.

언젠가 엄마가 죽을 거라며 형이 울었고,

나도 언젠가 엄마가 죽을 거고, 나도 죽을 거라서 울었는데.

오히려 엄마가 나를 달래주는게 이상했어.

엄마는 나보다 더 먼저 죽을텐데. 그럼 나보다 더 슬피 울어야 할텐데 말이지.

하긴 그러면 인생이란 점점 더 슬픈 울음을 울어가다가 죽는 거구나.

만일 그렇다면 참 골치아픈 일이겠군.

우는 건 좀 그렇다.

나는 혼자 많이 울었어. 마음 속으로 엄마가 나를 집 밖으로 내치는 상상을 하면

그냥 주르륵 눈물이 흘렀지. 엄마가 나를 밖으로 내칠 사람이 아닌걸 아는데

괜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울곤 했지. 어쩌면

울고싶어서 그런 상상을 지어낸 건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한건, 또 눈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울지 않으려 버텼어.

웃기지. 슬픈생각을 지어내면서도 울면 지는 거 같아서 꾹꾹참는 이상한 짓이지.

눈물이라...소설을 읽다가 혹은,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느끼거나, 혼자 영화를 보다가 어떨때, 혹은

무시당한 것 보다는 동정받았을 때 울고싶어져.

강백호도 같은 생각이었지.

펑펑 울면. 기분이 좋아진다고들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더라.

펑펑 울면, 그냥 지쳐서 그만 울고싶어지고.

그만 울고 있어도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어있지 않았어.

그러다 자연도태되어 나는 세상에서 버려질 거 같았어. 다윈은 잔인한 이야기를 했지.

세상은 동정하지 않는다. 아마 다윈의 생각은 그런 거였어.

언젠가부터 내가 저주스러웠던 시절이 있었어.

내 모든 것이 경멸스러웠고. 내 몸속의 혈액조차도 더러운 거 같았지.

왜 나는 좀 더 하얗지 못할까, 왜 더 아름답지 못할까, 왜 더 완전하지 못할까

더러워. 언제나 내 몸에는 냄새가 나는 거 같았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거 같았어.

그래서 내겐 멍청한 친구가 필요했어. 내 냄새와, 내 못난 말투와, 내 멍청한 생각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나보다 멍청한 사람들 말야. 그런 사람들.

나는 그래서 그런 멍청이를 만나면 한없이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그렇게 멍청한 사람은 없더라구. 동물조차도 내가 더러운 걸 알았을 테니까.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 모든 것을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어.

과연 이런 사람이...

과연...

그리고 다시 내게는 사랑이 찾아왔어.

정말 사막의 열풍같이 거세고, 구석에 몰린 살인마의 주머니칼처럼 절박한 것이었어.

나는 어디서도 놀기 힘들었지만,

그 사람 안에서는 가능했어. 어째서 그게 가능했는지는 알 수 없어.

참으로. 넓고 향기로운. 향수로 가득찬 바다같았어.

나는 그 안에서 숨을 쉴 수 있는 하이렌더였지.

강해진다는 것은 포기한다는 것과 비슷했어.

나는 내가 원하던 많은 것을 포기해야했고, 고고해지기를 포기해야했지.

그냥 내 모습을 평가하지 않고 타인에게 보여줘야했어.

타인을 만날 약속시간까지 모든 것을 준비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모든 것이 준비되어있는 우산을 부러워했지.

우산은 버튼만 누르면 마치 날개펴듯이 푸다닥 펼쳐지고 비를 막아주잖아.

정말 멋지게 자기 할 일을 하는 물건이라고 생각했어.

마약. 그것도 괜찮을 거 같았어. 마약은 거역할 수 없는 유혹으로 사람을 매료시키지.

모든 것을 바쳐서 마약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지.

그게 멋진일이라고 느꼈어. 나는 모든 것을 내 잣대로 평가하다가

그 다음에는 모든 것을 타인의 잣대로 평가하기 시작한거지.

잣대란 골아픈 것.

어머니께 했던 어린 시절의 질문 만큼이나.

왜 어머니는 내게 사이다를 주지 않았을까.

처음 사이다를 맛본 날. 숟가락으로 입안에 떠 먹여주신

물과는 다른 탁탁 튀면서 달콤한 이상한 액체.

아직도 기억해. 혀 끝에 그것이 닿은 순간, 이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다...는 사실을 알았지.

칠성사이다...칠성사이다. 이름만 들어도 멋졌어.

뭐 그 이후로 탕수육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건 오래 걸리지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맛있는 음료는 박카스지.

왠지 법에 저촉될 정도로 자극적인 그 맛은

불안하고 험악하면서도 예쁘지. 그건 좀 섹시한거랑 비슷하다.

무서울 정도로 밝은 녹색인 물질. 그거 마셔도 되긴 되는걸까.

왜 위스키를 마시는 지 몰랐지. 막걸리가 더 맛있는데.

헌데 위스키라는게 참 희안하게도, 자꾸 마시면 자꾸 딴걸 싫어하게 돼.

위스키는 어쩌면 자신이 가진 매력보다, 다른 술이 가진 매력을 퇴색시키는 기능이 있는건가.

담배도 그와 비슷하지. 담배가 딱히 매력있고 멋진건 아니지만,

그냥 공기만의 휴식의 아름다움은 퇴색되어버려.

매캐한 연기 없이는 왠지 뭔가 허전한...

이런 악마.

하나. 알게된 건. 세상에 오르가즘보다 짜릿한게 있다는 거야.

그건 마치 엘도라도나 무릉도원처럼 미지의 천국만큼 아름다운데

경험한 사람이 있어.

천사가 머리통 속으로 들어와 퍼덕퍼덕 날개짓 하는 기분이 아닐까.

천사의 깃털과 날개소리로 가득찬 두개골때문에

눈이 빠져버릴 거 같은 쾌락말야. 그렇게 엔드류와일즈는 눈물을 흘리고 말지.

그냥...이대로.

밤새도록 글이나 쓰고싶네. 이런 저런...온갖 소리 다 하면서.

풀하우스라는 만화책에 라이더와 엘리가 외딴 가옥에 숨었을 때.

그들은 왜 이렇게 끊임없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하긴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 가옥에서의 이야기는 참 아름다웠지.

서로 서먹하게 사랑하면서, 달리 침대가 없어 같은 침대 위에 옷을입고 잠들었다

깨어나 '잘잤소?' 라고 말을 건네고, 엘리는 '헉 같이 자고 있었어.' 라고 놀라지.

나는 라이더나 엘리 둘 중 누가되어도 행복할거라 생각했어.

그러다 진화라는 것이 참 궁금하더라구. 진화라는거. 하는거 같긴 한데,

왜 나는 진화하지 않고 그냥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로 살아가는 거지?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의 어머니...

이걸 무한히 반복할 수는 없다고 했어. 태초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태초에 있는 것은 '1원리'다. 그것을 달리 표현하면 신일 것이다...

그래 진화를 계속하면 사람은 조금씩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갈지도 모르지.

진화는 어느 순간 일어나고, 잔혹한 자연속에서 더 나은 놈은 살아남는 거지.

과학은 발전하고, 그게 진화를 앞당기거나 대신할 수 있어.

세상의 모든 것을 마음으로 움직이는 유비쿼터스가 실현될지도 모르고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 처럼 에너지를 물질화시킬지도 모르지.

아마도 텔라파시는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도 가능한 사람이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뛰어난 엘리트집단은 진화라고 해도 될까. 그렇다면,

무한히 넓은 우주에는 무한히 많은 지구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거기서 최상위 엘리트만 모아놓으면 어떨가.

멀티버스 이론에 따르면 우주도 무한히 많을 수 있다던데,

그렇다면 무한히 많은 우주의 지성체들 중에 최고 엘리트는 어떤 모습일까.

그건 머나먼 미래의 우리 후손 같은 존재일텐데.

그렇다면 그게 신이잖아.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머니의 어머니...무한대가 신이라며.

무한히 거슬러 올라가는 1원리가 신이라는 것과

무한한 진화 너머에 존재하는 후손이 신이라는 것은

왠지 통하잖아.

신은 시간을 초월해 있으니까.

하나일 수도 있잖아.

그래 이 생각을 해냈을 때 나는 내가 멋지다고 생각했어.

왠지 내가 아리스토텔레스의 1원리를 완성한 것 같았지.

키키키 참 순수하던 시절에 나는 내 생각에 처음 놀랐어.

나의 첫 original idea라고 이름붙였지.

그런데 존재라는 것을 이렇게 엘리트다, 아니다...라고 격차를 두고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어쩌면 그래서 모두 의미있는 것일까.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해. 나는 사람들이 모두 다 의미심장하다고 느끼니까.

뭐 최근에 누구 몇 명 빼곤 말이지.

여자가 된다면 괜찮을 거 같다. 애기를 낳을 수 있으니까. 아프겠지만.

애기를 낳아보고싶네. 배 속에 넣어서 키우고.

그렇게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인 아기가 나온다는건 너무나 신비하지.

너무나 내가 원했기 때문일까. 꿈에서 나는 출산을 앞둔 산모역할인 적이 있었어.

아...프로이트. 근데 묻고싶네. 성욕이라는 게 그렇게 인간에게 중요한건 알지만 말야.

나는 가끔 여자이고싶기도 하거든. 그럼 그건 뭐야. 그것도 성욕의 일부야?

여자를 원하는 것과 여자가 되고싶은 것은 다르잖아.

하긴 솔직히 여자를 원하는 욕구가 더 강하긴 하다.

여자. 참 멋지지. 아름답지.

나는 눈과 눈썹이 까만색인 한국 여자가 좋다.

그들은 한국의 보물같은 존재지. 때로 몸을 막 굴리는 애들은 실망스럽지만,

어차피 기대하지 않아야 하는 거였을지도 모르지.

나는 여자를 꼬신다는 말이 싫어.

왜 여자를 꼬신다고 하지. 꼬신다는 말은 참 듣기 별루네.

카사노바보다 성관계를 더 많이 한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건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들은게 아니긴 한데...

한 음모 수집가가 5000개 이상의 다른 음모를 모아놓은 콜랙션이 있다고 들었는데.

엄청난 놈이지. 뭐 그런 자식이 다 있지?

하나 하나 음모는 모두 성관계후 얻어낸 전리품이라던데.

그게 거짓말일 수도 있지. 거짓말이었으면 하는 바람과, 진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드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구나.

흘러. 흐른다. 흐른다는 말은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이만큼 적절한 표현도 드믈지.

아...졸리네. 밤새도록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멘프럼어스에 나오는 John이 옆에 있다면 밤새 떠들 수 있을 거 같은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것도 괜찮지만.

가능하면 그런 사람을 만나서 사귀었으면 좋겠어.

아...여자라도 괜찮지. 여자라도. 섹시하고. 뭐. 그런 옵션을 겸비한.

그럼 아주 이상적이지. 그럼 곧바로 결혼을 해버려야겠어.

어둑한 오두막에 살게 되더라도 그런 이야기로 생을 채울 수 있다면 즐겁겠다.

 

옆에. 모닥불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몇 명 나를 우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네.

여름인데. 미친소리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