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들은 클릭해서 크게 보는 것이 제맛(?)입니다.
친한 동생과 함께 동네 고깃집에 갔다. 거기서 대통주(죽통주) 한 병 시켜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썰을 푸는데
뭔가 침전물이 잔에 가라앉았다.
아, 일단 그 식당에서 파는 대통주는 정통적인 방식의 대통주가 아니다.
원래 대통주라 하면, 대나무 통을 독한 술에 푹 잠기도록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 천천히 대나무 속으로 스며들어 고인 술을 말한다. 그래서 정통 대통주라면 대나무 통에 구멍이 없다. 그러니 뚫어서 마셔야지.
그런데 일반 식당에서 대통주 혹은 죽통주라고 파는 저렴한 물건은 그렇지 않다. 대나무 통으로 된 술병에는 처음부터 구멍이 뚫려 있다. 식당 주인은 그 통에 단순히 납품받은 술을 채워서 파는 것이다.
의혹이 일었다. 과연 이 대나무통은 세척이 가능한가? 당연히 불가능하다. 대나무 통에 구멍 두 개 뚫린 것이 고작이니, 설겆이가 불가능할 것 아닌가. 그러니 그 컴컴한 구멍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당연히 비위생적이겠지.
일단 시킨 술이고, 얼마 전까지 별 생각없이 마시던 대통주였다. 그런데 세척이 불가능한 이 대나무 통은 언뜻 보기에도 꼬질꼬질하니...아마도 계속해서 재활용을 했을 터였다. 나는 이 통을 쪼개서 그 안이 어떤 모양새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아마도 술병을 하나 달라고 해봤자 얻을 수 없을 터였다. 그래서 (다소 모양은 빠지지만) 빈 병을 슬쩍 들고 나왔다. 사진에도 보이다시피 누렇게 낡은 죽통이다. 수백번 재활용을 했을 통이며, 게다가 설겆이는 불가능한 통이다.
집에 와서 동생과 함께 쪼갰다. 낡은 통이라 쪼개는 게 어렵지 않았다.
헐...보이시는가. 쪼개진 죽통에 가득한 곰팡이들을.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발효주는 원래 곰팡이를 이용하는 거라고. 그러나 그 말은 여기선 안 통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 대나무통은 숙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보이는 것은 세척이 불가능한 죽통을 계속 재활용해서 술을 담아파는 이 식당의 비위생성이다.
죽통 안쪽에 꽉 찬 곰팡이들. 이런 병에 담긴 술을 내가 수차례나 사마셨다. 정말이지 끔찍하다.
그리고 그 식당에는 우리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죽통주를 좋다고 마시고 있었다. 그 식당의 다른 죽통들도 보나마나 뻔한 상태. 연인끼리 그거 마시고 키스도 하겠지. 으휴..
이 죽통속에 가득 자라고 있는 곰팡이의 미학에 빠져보자. -_-
정말이지 구역질나지 않는가? 혹시 자주 가는 술집에서 저런 식으로 저렴한 죽통주를 판매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죽통에 뚜껑 같은 것이 없어서 세척이 불가능한 통이라면...
다시 생각해보자. 사람 입으로 들어가도 되는 물건인지.
만일 소주회사가 비위생적으로 병을 관리한다면 누가 소주를 사다 마시겠는가? 유명한 주류회사라면 최소한의 위생기준은 지키겠지. 그런데 이런 대나무통은 식당에서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물건이다. 그 죽통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드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참 빼곡히도 자랐다. 아주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것들이 바로 술잔에 가라앉은 침전물의 정체였다.
그 고깃집 아저씨. 참으로 비양심이다. 술을 파는 입장에서는 세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을 테니...
대나무 통을 뜯어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알 것 아닌가. 술기운에, 고기 굽는 냄새에, 수다에 정신이 팔린 소비자들은 신나게 붓고 마시고 하는 동안 술병의 위생상태에는 관심을 기울이기 어렵다.
그러니 다들 신나게 마시는 거겠지.
곰팡이가 코팅(?)된 죽통 내부를 슬쩍 긁어내 보았다.
이렇게 썩은 곰팡이가 한 덩어리 긁혀 나온다. 썩은 통에 담아 파는 술이 제대로일 리가 없다.
그래. 까놓고 말해, 몇 차례 그 집에서 죽통주를 마셨다. 그래도 별 일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만 속이 조금 불편하거나 그랬겠지. 그것도 술을 마신 탓이려니 했겠지..
이건 '먹어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먹어도 나는 아직 살아있다.
그러나 누구나 먹는 음식으로 장난을 쳐선 안되는 법이다. 식당주는 최소한의 위생은 지켜가며 음식을 팔아야 할 것 아닌가? 바쁜 식당에 그릇 조금 지저분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쳐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대충 죽통에다 담아파는 싸구려 죽통주. 마시지 말자.
위 글은 어디까지나 '리필하는 대통주'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정통 대통주를 취급하는 곳에서는 죽통의 관리를 저렇게 하지 않고, 재활용도 하지 않는다 합니다. 그리고 그런 곳은 죽통을 오히려 기념품으로 나눠준다고 하니 재활용 및 부패와 거리가 멉니다. 저의 이 글이 정갈하게 장사하시는 분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그 차이점을 명확히 인식하시길 바랍니다.
처음 죽통을 열었을 때, 저와 후배는 충격이었습니다. 사진 촬영 이후에는 젓가락으로 이물질들을 긁어내면서 동영상도 찍었는데요.
사진으로 그 냄새와 축축함 전부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쪼개지는 죽통 사이로 훅 하고 끼쳐오는 냄새와 눈 앞에 펼쳐지는 축축한 광경.
다음 메인에 떴군여...
아래 댓글 중에...저와 후배의 양심에 대해 일침을 놓으신 분이 계시니 해명을 하겠습니다. 대나무통이 탐나서 훔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저걸 어디다 쓰겠습니까?
일단 이 술통은 원칙적으로 일회용이랍니다. 세척이 불가능하니 그게 당연하겠죠.
문제는 이 통을 재활용할 것이라는 의혹이 든다는 거죠. 병의 외관만 봐도 그 사실은 분명했습니다. 저런 통을 그 식당의 '자산'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원칙적으로는 1회용이니 제가 들고 나온 것은 버려야 할 물건입니다. 그것을 계속 재활용해온 식당주가 부당이득(한 통당 몇백원 한다고 하니)을 챙겨온 셈입니다. 게다가 한 번 쓴 것도 아니죠. 닳고 닳을 정도로 재활용한 물건이니, 제가 하나 들고 나왔다고 해서 업주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볼 수도 없을 겁니다. 저게 절도인가요? 아래에는1회용 통의 값어치도 저와 후배가 지불한 술값에 포함되어있다는 의견도 있군요. 예식장에 가서 일회용 종이컵을 들고 나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잘못인지? 오히려 일회용 종이컵은 깨끗하기라도 하니 원통하진 않지요. 저는 그 몇백원 아끼겠다고 소비자에게 저런 통을 들이미는 식당주의 심보를 생각하면 화가 납니다.
저런 통에 술을 담아 파는 업주들은 각성하시길 바라고
싸구려 대통주. 이런 일도 있다는 걸 생각합시다.
다들 좋은 휴일 되시길.
함께했던 이상*군, 디카를 빌려준 윤**양아 감사하다.
저녁 먹고 한 번 들어와보니...Daum에서는 저를 도둑놈이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
그럼 문제는 이런 거네요. 저 죽통이 1회용이면 저는 정당한 일을 한 거고
그게 아니라 여러 회 사용하는 식기라면 죽통 하나의 절도가 되겠군요.
1회용이라면 빈 병은 댓글 중 어떤 분의 견해처럼, 술 값에 병 값이 포함되어 있겠군요.
그렇다면 소주(혹은 맥주, 막걸리, 콜라...등등) 빈 병과 같게 볼 수 있을 것이고 빈 병은 그 술을 구입한 저의 소유물일테니까요. 갖고 가는 게 어쩌면 더 당연한 일이네요.
1회용이 아니라면 일반 그릇처럼 봐야겠군요.
1회용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정확히 짚고 행동한 것은 아닙니다. 1회용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한 것이기는 하나, 따지고 본다면 완전히 알고 한 짓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야 겠네요. 1회용이 아니었다면 제 무식의 잘못입니다.
1회용이 아닌 사실을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확실한 사실에 대해 나름 알아볼까 합니다.
그래서 1회용이 아닌 식기로 드러나면 식당에 가서 주인장님께 죽통 한 개의 값을 지불하겠습니다.(그 분이 달가워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런 병이 여러회 사용되는 식기로 통용된다면, 그 비위생적인 병에 대한 고발도 되겠군요. 그런 병은 사라져야겠지요. 일회용이 아니라면 더더욱.
또 궁금한 것은, 그 식당에서 죽통주를 지금껏, 못해도 10병은 넘게 마신 거 같은데
그 비위생성에 대해서, 그 식당주에게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따지고 싶네요.
제 행동이 절도라면, 저 잘한 거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부분에서는 저의 잘못을 인정하겠습니다.
죽통 값 지불하고 사과할 용의는 있습니다. (쩝...씁쓸하네)